
공격성은 피해자로 하여금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리와 교정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공격적 성향은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의 저하와 우울 및 불안과 관련이 있고(Lacey
공격성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행동을 말한다(Anderson
경계선 성격장애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의 변덕스럽고 극적인 특성을 보이는 B군 성격장애에 해당하며, 정동의 불안정성, 충동성, 정체성 혼란, 불안정한 대인관계 등이 특징이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특히, 충동적인 공격 성향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Good-man
경계선 성격장애가 보이는 높은 공격성은 공격을 당하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격성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타인으로부터 거절을 당할 가능성을 높인다(Werner
DSM-5에서는 성격장애와 관련하여 성격특성이 특정한 개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차원적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보았다(APA, 2013). 성격장애의 차원적 모델(Widiger
공격성은 경험회피(Experiential Avoidance)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험회피는 생각, 감정, 심상, 신체 감각 등과 같은 특정한 사적 경험(private experience)에 접촉하는 것을 꺼릴 때 발생한다(Hayes
경험회피로 인해 고통과 정서적 흥분이 증가하면 정서적 조절 곤란을 피하기 위해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Tull
경험회피는 경계선 성격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Chapman
경계선 성격장애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물질 남용과 자해 행동은 경험회피로 인한 대표적인 문제행동으로 볼 수 있다. 물질남용 문제를 보이는 경계선 성격장애군은 충동적이며 회피적 대처 전략을 많이 사용하였다(Kruedelbach
종합해보면, 선행연구를 통해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 경험회피 각각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으나 세 변인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계선 성격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자기보고 및 실험 연구 등에서 공격성이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이들이 보이는 공격성은 특히 부정적인 경험과 정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공격성은 정서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고 불쾌한 정서를 경험할 때 이로부터 다른 곳으로 주의를 전환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설명되며(Linehan, 1993), 여러 경험적 연구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Gardner
본 연구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QR코드를 첨부한 온라인 설문 링크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였다. 연구 참여에 동의한 참가자는 경계선 성격장애 척도, 또래 갈등 척도, 한국판 수용-행동 질문지-II에 응답하도록 하였다. 공격성과 관련한 질문이 참가자의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참가자에게 중도 포기 권리와 비밀보장에 대해 명시하였고 연구 참여로 인하여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경우 연구자에게 연락을 취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공지하였다. 총 166명이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의하였고 이들 중 일부 문항에 응답하지 않았거나 연령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6명의 자료를 제외한 총 160명의 자료를 최종 분석하였다. 참가자 중 남성은 57명(35.6%), 여성은 103명(64.3%)이었으며, 평균연령은 25.3(±4.11)세였다.
본 연구는 해당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진행되었다(1041078-202004-HRSB-104-01CC).
경계선 성격 성향 정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Morey (1991)가 개발하고 Hong 등(1998)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타당화한 경계선 성격장애 척도(PAI-BOR)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정서적 불안정성, 정체감 문제, 부정적인 대인관계, 자기 손상의 4가지 하위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총 23문항이며 전혀 아니다(0점), 약간 그렇다(1점), 꽤 그렇다(2점), 매우 그렇다(3점)의 4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한다. PAI-BOR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경계선 성격 경향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8이었다.
2)또래 갈등 척도(Peer Conflict Scale: PCS)반응적 공격성을 측정하기 위하여 Marsee 등(2004)이 개발한 자기보고형 또래 갈등 척도(PCS)를 국내에서 Han (2008)이 번안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주도적-외현적 공격성, 반응적-외현적 공격성과 주도적-관계적 공격성, 반응적-관계적 공격성의 4개 하위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공격성의 유형과 기제를 알아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반응적 공격성과 주도적 공격성으로 나누는 분류를 따라, 반응적 공격성을 묻는 20 문항만을 사용하였다.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0점), 약간 그렇다(1점), 매우 그렇다(2점), 확실히 그렇다(3점)의 4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반응적 공격성 수준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전체 반응적 공격성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 수준은 .95이었고, 반응적-외현적 공격성은 .92, 반응적-관계적 공격성은 .91으로 나타났다.
3)한국판 수용-행동 질문지-II (Korean Acceptance and Action Questionnaire, K-AAQ-II)경험회피는 Bond 등(2011)이 개발하고 Heo 등(2009)이 번안한 한국판 수용-행동 질문지-II (K-AAQ-II)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이 척도는 경험회피를 측정하는 도구로 1요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문항의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경험회피 경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Heo 등(2009)은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1번과 10번의 문항이 전체척도와 상관이 낮고 신뢰도를 떨어뜨림을 확인하고 두 문항을 제외시킬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이 두 문항을 제외하고 총 8문항을 사용하였다. K-AAQ-II의 모든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 – 항상 그렇다(7점)의 7점 리커트 척도로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 문항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1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본 연구의 자료는 IBM SPSS Statistics 25.0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참가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대해 빈도분석과 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였고, 각 척도의 역문항은 역채점하였다. 이어서 경계선 성격장애 척도, 또래 갈등 척도, 한국판 수용-행동 질문지-II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를 구하였다. 각 척도의 특징은 기술통계분석을 하여 살펴보았고,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변인 간 상관을 알아보았다.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에서 경험회피의 매개효과가 있는지는 Hayes (2013)의 PROCESS Macro를 이용하여 검증하였다.
본 연구에서 측정한 주요 변인과 관련한 기술통계치는 Table 1과 같다. 왜도의 절대값이 3 이상, 첨도의 절대값이 10 이상이면 정상성 가정에 위배(Kline, 2005)되는데, 본 연구의 변인은 정상성 가정을 충족했다.
상관분석 결과, 경계선 성격 성향은 반응적 공격성과 정적 상관을 보였고(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에서 경험회피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Hayes (2013)가 제안한 매개효과 검증을 실시하였다. 매개분석 결과(Fig. 2, Table 2), 독립변인인 경계선 성격 성향은 매개변인인 경험회피에 정적 영향을 미쳤고(
본 연구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경계선 성격 성향, 경험회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에서 경험회피가 매개하는지를 알아보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계선 성격 성향은 반응적 공격성과 상관이 유의하여 경계선 성격 성향이 높을수록 반응적 공격성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기보고식 설문지를 이용하여 진행된 연구결과(Gardner
둘째,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에서 경험회피의 간접효과가 유의하였다. 즉, 경계선 성격 성향이 높을수록 경험회피를 많이 하고, 회피적 대처 전략을 많이 사용할수록 부정적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고 불쾌한 감정에서 회피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과격한 공격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즉, 자신의 경험 및 정서를 적절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의 반응적 공격성을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Jang, 2018). 비록 경험회피와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를 직접 살펴 본 연구는 거의 없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와 직접 비교하기 어려우나 경험회피가 연인관계에서의 신체적, 심리적, 성적 폭력을 포함한 데이트 폭력(Reddy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를 직접 살펴보았다. 경계선 성격 성향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연구는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공격행동 즉, 자해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타인을 향한 공격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였다. 공격성은 공격을 받은 개인에게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법적 문제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계선 성격장애의 73%가 공격성을 보였으며(Newhill
둘째, 경험회피의 매개효과를 확인함으로써 경계선 성격 성향이 반응적 공격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장하여 확인하였다.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를 부적응적 정서 대처(Gardner
셋째, 본 연구 결과를 통해 경계선 성격 성향자의 반응적 공격성의 개입에 있어서 경험회피를 다루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경계선 성격 성향의 공격성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 전반에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개입의 필요성이 높다. 이들은 타인의 거절에 상당히 예민하며, 이들이 충동적으로 보이는 공격성은 단기적으로 부정 정서를 완화시킬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타인으로부터 거절을 당할 가능성을 높이고 대인관계의 불안정성과 부적응적 증상을 지속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격특성으로 인하여 심리적 부적응을 경험할 경우 ‘변화’에 초점을 둔 치료보다는 ‘심리적 수용’에 기반을 둔 치료기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Bach
수용 기반 치료적 접근법으로는 분노 정서의 표현과 경험회피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경계선 성격장애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al Therapy)와 마음챙김 그리고 수용-전념 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가 있다. 선행 연구를 통해서 수용 기반 접근법이 경험회피와 더불어 공격성에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수용 전념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청소년의 비행과 공격성 문제가 유의하게 낮아졌으며(Jang
본 연구의 한계와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성인 남녀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표본 수가 다소 적은 편이므로 연구 결과를 전체 성인으로 일반화하는 데 제한점이 있다. 또한 본 연구는 경계선 성격 성향이 비임상집단의 모든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제안에 따라 초기 성인기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경계선 성격 성향은 30대 이후에 적응 기능이 높아질 수 있다(APA, 2013). 이러한 점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 집단이 아닌 비임상군의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본 연구 결과를 경계선 성격장애에 일반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표본 수를 늘리고 임상집단을 대상으로 연구 결과를 재검증하여 일반화의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에서 경험회피의 매개효과를 확인하였다. 경계선 성격 성향은 성차가 있다는 연구(Park
셋째, 본 연구는 온라인을 통한 자기보고식 설문지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 측정한 경계선 성격장애와 반응적 공격성을 묻는 문항에는 부정적인 문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참여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응답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로 응답했을 수 있으며, 혹은 반대로 실제보다 과장하여 응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자기보고식 설문지 이외에 실험을 통해 연구 결과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횡단 연구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변인 간에 인과 관계를 확신하기 어렵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경계선 성격 성향자 혹은 경계선 성격장애 임상 집단을 대상으로 행동적인 공격성을 측정하는 등의 실험적으로 설계된 연구나 종단연구를 통해 변인 간 관계를 보다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종합해보면, 본 연구는 경계선 성격 성향과 반응적 공격성의 관계에서 경험회피의 매개효과를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세 변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경계선 성격 성향의 반응적 공격성에 대한 개입의 시사점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Chung-Ang University Graduate Research Scholarship i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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